데이비드 버스의 <마음의 기원>(역서 제목)에서는 성장기 시절 아버지의 부재가 신체적 성숙을 앞당기고 장기적 짝짓기 보다는 단기적 짝짓기 전략을 추구하게 한다고 말한다. 일단 보자. 


성장기 동안 아버지의 부재는 확실히 단기적 짝짓기 전략의 추구와 관련이 있다. 그 예로 파라과이의 아체족과 벨리즈의 마야인들 사이에서는 아버지의 부재가 남성들이 장기적 짝짓기 관계를 유지하는 데 요구되는 시간, 에너지, 자원을 약속하는 것을 꺼린다고 말하는 정도와 상관이 있었다(Waynforth, Hurtado, & Hill, 1998). 여성과 남성 모두가 포함된 다른 연구에서는 아버지 없는 집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이 상대적으로 사춘기를 더 일찍 접하고, 더 이른 나이에 성교를 하고 단기적 짝짓기 전략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를 보고했다(예를 들어, Ellis, Mcfadyen-Ketchum, Dodge, Pettis, &Bates, 1999; Surbey, 1998). 흥미롭게도 한 연구에서는 의붓아버지의 존재가 생물학적 아버지의 부재보다 소녀의 이른 성적 성숙에 더 중요한 요인이라고 밝혀졌다. 이른 성적 성숙은 단기적 짝짓기 전략의 추구에 대한 선행요인으로 보인다(Ellis & Garber, 2000). 반대로 생물학적 아버지는 딸이 이른 성적 접촉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 '딸 보호자' 역할을 할 것이다(Surbey, 1998). 자신의 부모에 대한 열악한 애착은 여성들 사이에서 포르노그래피를 볼 가능성이 높은 것과 관련 있었으며 남녀 모두에서 성적인 난교의 가능성을 예측했다(Wash, 1995, 1999). 

-<마음의 기원> 2판, 데이비드 버스, 나노미디어, 273 페이지 


그런데 대체 이유가 뭘까. 어떤 과정을 통해 환경적인 요인이 발달적 요인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그리고 대체 어떤 이유로 아버지의 부재가 단기적 짝짓기 전략을 갖도록 유도하는 걸까. 다른 챕터에서 심리적  이유에 대해 부연설명을 한다.


심리학자 벨스키, 스타인버그 및 드리퍼(Belsky, Steinberg, & Draper, 1991)는 아동의 인생 초기에 아버지의 출현이나 부재가 그 아이가 어른이 된 후에 어떤 종류의 성적 전략을 사용할지 결정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이 이론에 다르면 5살부터 7살 사이에 아버지가 없는 가정에서 자란 사람은 부모의 자원이 믿을만하거나 예측할 만하게 제공되지 않을 것이며 성인들의 배우자 관계도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는 기대를 발달시킨다. 이런 사람들은 성적으로 조숙하고, 성적 시발을 빨리하며, 파트너를 빈번하게 교환하는 등의 특징을 보이는 성적 전략을 발달시킨다. 이런 전략들은 투자는 적게 하면서 많은 수의 자손을 생산하도록 설계된 것이다. 외향적이고 충동적인 성격이 이런 전략과 동반될 것이며, 다른 사람들을 믿을 수 없다고 지각하고 관계는 일시적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들이 단기간의 성적 제휴에서 추구하는 자원은 기회주의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과 즉각적으로 추출될 수 있는 것들이다. 

-566페이지 


아버지의 부재가 배우자 관계에 대한 불신을 심고 그것이 단기적 짝짓기 전략을 택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 사람도 언젠간 떠날 것이라는 불안감이 빠른 성관계를 유도할 순 있다. 그런데 빠른 성적 성숙을 가져온다는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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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버트(1990, 2000b) 이론이 기여한 가장 새로운 부분은 기분이나 정서가 서열 변화에 의해 달라진다는 가설에서 출발한다. 서열 변화에 따라 두 가지 결과가 발생한다. 기분이 상승(elation)하고 도움행동(helping)이 증가하는 것이다. ... 지위가 상승한 사람들은 타인을 우호적으로 대하며 돕는 행동도 증가한다(Eisenberg, 1986). 흥미롭게도 이때 다른 사람으로부터 도움을 받으면 지위가 떨어진다고 느끼기 때문에 도움을 피하려는 사람들도 있다(Fisher, Nadler, & Whitcher-Alagna, 1982).

-<마음의 기원> 2판, 데이비드 버스, 나노미디어, 517페이지 


요즘에는 집이 잘 사는 애들이 성격도 좋고 사람과도 잘 사귀고 겸손하기까지 하고 그러는 것 같더라. 쪼들리는 게 없이 경제적 여유가 있으면 사람이 너그러워지고 도우는 행동이 늘어난다. 근데 사실 그건 당연한 것 아닌가. 여유가 있으니까 도와도 손해볼 게 적은 것이고, 오히려 평판이 좋아질테니. 

위 인용글에서 재밌는 점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즉 사회적 지위가 상승한 사람으로부터) 도움을 받는 것을 지위가 떨어졌다고 여기고 일부러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처음 알 때부터 지위가 높았다면 도움을 받아도 무방하겠지만 지위가 올라가서 갑자기 도움을 주려 한다면 꺼려질 수도 있다. 자존심이 많이 상하잖아. 그런데 도움을 거부함으로써 얻는 것은 자존심의 보호 말고 어떤 것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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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가 정한 규칙을 어기는 위반자를 찾아내는 데 도가 틔었다. 너죽고 나죽는 사태를 막기 위해 사회적으로 이끌어낸 합의들은 기회만 생기면 어기고 싶은 욕구가 든다. 남들이 모두 지킬 때 어긴다면 더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그런 유혹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남이 지키나 안 지키나 확실히 감시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일반적인 사실을 설명하는 '지시적 추론'과 지켜야 할 것을 지키는지에 대한 '의무적 추론'은 다른 프로세스로 이루어진다. '이루어진다'는 것은 사고 방식이 자동적으로 다르게 진행된다는 것이다. 


의무적 추론(deontic reasoning)이란 사람이 해서는 안 되거나, 해야 하거나, 혹은 해도 되는(예를 들어 술을 먹어도 될 만큼 나이를 먹었는가?) 것에 대한 추론을 말한다. 의무적 추론은 무엇이 옳고 그른 지를 추론하는(예를 들어 나무 뒤에 정말로 호랑이가 숨어 있는가?) 지시적 추론(indicative reasoning)과는 대조를 이룬다. 그 동안의 연구에 의하면 인간은 의무적 규칙에 관한 추론을 할 때는 규칙을 위반하는 자를 찾으려는 전략을 채택한다. 예를 들어 "미성년자는 술을 마셔서는 안 된다"는 의무적 규칙을 평가할 때 사람들은 미성년자 같은데 술을 마시고 있는 사람을 찾으려고 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지시적 규칙을 평가할 때는 지시적 규칙을 확증할 수 있는 사례를 찾으려고 한다. 예컨대 "북극곰은 모두 털이 희다"는 지시적 규칙을 평가할 때는 털이 희지 않은 곰을 찾으려 하기보다 털이 흰 북극곰을 찾으려고 한다. ... 이렇게 다른 두 가지 추론이 세 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들에게서도 나타난다는 사실은 이 두가지가 믿을 만한 매우 신뢰로운 서로 다른 추론적 능력임을 시사한다(Cumings, 1998). 

-<마음의 기원> 2판, 데이비드 버스, 나노미디어, 514페이지


'의무적 추론'은 반증하는 사례를 찾으려 하고 '지시적 추론'은 확증하는 사례를 찾으려 한다. '지시적 추론'은 그것이 맞는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이고 '의무적 추론'은 지켜지고 있는지 아닌지 판단하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 선조들이 위반자에 대한 감시라는 중요한 문제에 처했었음을 의미한다. 규칙과 의무라는 것은 일정정도의 양보를 의미한다. 지키는 사람 몇을 보고 지켜지는구나 나도 지켜야겠다고 판단하는 사람들은 손해를 많이 봤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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