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리가 정한 규칙을 어기는 위반자를 찾아내는 데 도가 틔었다. 너죽고 나죽는 사태를 막기 위해 사회적으로 이끌어낸 합의들은 기회만 생기면 어기고 싶은 욕구가 든다. 남들이 모두 지킬 때 어긴다면 더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그런 유혹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남이 지키나 안 지키나 확실히 감시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일반적인 사실을 설명하는 '지시적 추론'과 지켜야 할 것을 지키는지에 대한 '의무적 추론'은 다른 프로세스로 이루어진다. '이루어진다'는 것은 사고 방식이 자동적으로 다르게 진행된다는 것이다.
의무적 추론(deontic reasoning)이란 사람이 해서는 안 되거나, 해야 하거나, 혹은 해도 되는(예를 들어 술을 먹어도 될 만큼 나이를 먹었는가?) 것에 대한 추론을 말한다. 의무적 추론은 무엇이 옳고 그른 지를 추론하는(예를 들어 나무 뒤에 정말로 호랑이가 숨어 있는가?) 지시적 추론(indicative reasoning)과는 대조를 이룬다. 그 동안의 연구에 의하면 인간은 의무적 규칙에 관한 추론을 할 때는 규칙을 위반하는 자를 찾으려는 전략을 채택한다. 예를 들어 "미성년자는 술을 마셔서는 안 된다"는 의무적 규칙을 평가할 때 사람들은 미성년자 같은데 술을 마시고 있는 사람을 찾으려고 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지시적 규칙을 평가할 때는 지시적 규칙을 확증할 수 있는 사례를 찾으려고 한다. 예컨대 "북극곰은 모두 털이 희다"는 지시적 규칙을 평가할 때는 털이 희지 않은 곰을 찾으려 하기보다 털이 흰 북극곰을 찾으려고 한다. ... 이렇게 다른 두 가지 추론이 세 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들에게서도 나타난다는 사실은 이 두가지가 믿을 만한 매우 신뢰로운 서로 다른 추론적 능력임을 시사한다(Cumings, 1998).
-<마음의 기원> 2판, 데이비드 버스, 나노미디어, 514페이지
'의무적 추론'은 반증하는 사례를 찾으려 하고 '지시적 추론'은 확증하는 사례를 찾으려 한다. '지시적 추론'은 그것이 맞는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이고 '의무적 추론'은 지켜지고 있는지 아닌지 판단하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 선조들이 위반자에 대한 감시라는 중요한 문제에 처했었음을 의미한다. 규칙과 의무라는 것은 일정정도의 양보를 의미한다. 지키는 사람 몇을 보고 지켜지는구나 나도 지켜야겠다고 판단하는 사람들은 손해를 많이 봤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