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의 특성을 잘 나타내는 이야기 한 토막이 있다. 한 성공적인 비지니스맨이 모교를 방문하여 옛 경제학 스승의 사무실에 찾아왔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제자는 스승의 탁자 위에 놓인 기말고사 시험지를 발견했다. 시험문제들을 읽어보던 제자는 깜짝 놀라면서 말했다. "이건 교수님께서 15년 전에 저희들에게 주셨던 문제들이랑 똑같은 문제들인데요! 학생들이 옛 시험답안을 구해서 암기해 버리면 어떡하죠?" 교수는 껄껄 웃으며 대답했다. "괜찮네, 괜찮아. 문제들은 같아도 돼. 답을 매년 바꾸어야 하거든."


-토드 부크홀츠,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김영사, 327페이지 


읽다가 뿜었다. 곳곳에 이야기들을 삽입하며 글을 살아있게 만드는 토드 부크홀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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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제이 굴드, 스티븐 로즈, 리처드 르원틴 같은 (진화심리학에 대한) 비판자들은 교육받은 대중을 향해, 진화심리학은 생물학적 결정론, 여성 차별, 인종 차별, 엘리트주의를 부활시키려는 이데올로기적 목적을 숨기고 있는 우파의 해로운 음모라고 설득해왔다. 이들은 18690년대의 사회다윈주의, 1890년대의 노조를 해체하는 자본주의, 1930년대의 나치 우생학, 1970년대의 사회생물학에서 나쁘고 지나친 면들만 따서 인간 본성에 대한 21세기 과학인 진화심리학에 갖다 붙였다. 

하지만 이 비판자들은 진화심리학이 왜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철학자 피터 싱어부터 고삐 풀린 소비주의의 최고 비판자인 경제학자 로버트 프랭크까지 수많은 의식 있는 진보 사상가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지 설명하지 못한다. 이 비판자들은 또한, 왜 숨낳은 저명한 진화론자들이 사적인 삶에서 좌파 정치와 강한 연대를 하고 있는지도 설명하지 못한다. 

(중략)

진화심리학적 세계관을 갖는다는 것은 대다수 교육받은 사람들에게 아직까지 보수주의, 반친화성, 이기심의 지표로 받아들여진다. 1860년대의 사회다윈주의가 연상되어 어쩐지 꺼림칙한 것이다. ... 한 이데올로기가 전달하는 것처럼 보이는 정보와 그 이데올로기가 실제로 관련을 맺고 있는 성격 형질들이 일치하지 않는 것은 이데올로기가 새롭거나 드문 것일 때 흔히 일어나는 일인 듯하다. 사람들이 아직은 미디어가 주입한 편견이 틀렸다는 결론을 내릴 만큼 그 이데올로기의 지지자들을 겪어보지 못한 것이다. 


-제프리 밀러, <스펜트>, 동녘사이언스, 364-367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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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 밀러의 <스펜트>에 따르면 개방성은 창의성과 강한 상관성이 있다. 또한 개방성은 정신병과도 상관성이 높다. 
창의성과 정신 이상이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알려온 사실이다. 개방성은 이 두가지를 매개하는 역할을 한다. 즉 개방성과의 상관성 때문에 그 둘의 상관성이 높은 것이다. 

그렇다면 개방성이란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쉽게 받아들이는 성향이라고 뭉뚱그려 말할 수 있겠다. 낯선 사람에게 쉽게 다가가고, 새로운 사상이나 문화, 의견 등을 쉽게 받아들이는 성질을 말한다. 

개방성이 창의성을 높인다는 것은 납득이 간다. 새로운 것을 쉽게 받아들여야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것이 아닌가.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란 매우 어렵다. 그러나 유에서 유를 만들어내기는 상대적으로 쉬우며 대부분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은 기존의 것에 기존의 것을 더해 만들어낸다. 물론 그것 또한 아무나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새로운 지식, 새로운 관점,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은 새로운 생각을 자극할 것이다.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사람에게 개방성은 치명적일 수 있다.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않은'이라는 말이 불명확하다. 개방성이 창의성을 낼지 정신병을 낼지 또한 불명확하다. 그런데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 개방성은 위험하고 값비싸다. 그것은 일종의 도박이다. 개방적이지 않으면 언제나 중간은 간다. 그것은 검증된 것이기 때문이다. 개방성은 좋은 결과를 줄 수도 있지만 좋지 않은 결과를 줄 수도 있다. 외부로부터 적응되지 않은 기생충에 감염될 수도 있고, 내집단과 어울리기 힘든 생각을 갖게 만들 수도 있다. 많은 개방성은 창의적인 일들을 하는데 도움이 될지도 모르지만, 거기서 오는 충격을 견뎌낼 수 없을 때는 정신 이상으로 빠져버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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