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본 론" - 최영미

2011. 9. 16. 21:37


자 본 론


맑시즘이 있기 전에 맑스가 있었고
맑스가 있기 전에 한 인간이 있었다
맨체스터의 방직공장에서 토요일 저녁 쏟아져나오는
피기도 전에 시드는 꽃들을, 집요하게, 연민하던,  


-최영미, <서른, 잔치는 끝났다>, 창비




큰 그림을 그리고 원리를 세우고 이론을 만들고 각론을 다듬는 일에는 숨을 차분히 가라앉히는 이성이 필요하다. 모순을 피하고 논리에 빈틈이 없도록 하는 작업은 고독한 작업이다. 그 고독을 잘 버티고 버텨서 만든 이론은 오래오래 인용되고 기억되며 고전으로 남는다. 그러나 그런 이론을 만들기 위한 동기는 이성과는 무관하다. 우연이 작용하고, 감정이 작용하고, 개인들의 경험이 작용한다. 이론은 보편적이지만 그 이론을 만들게 한 동기는 개인적이다. 시인은 마르크스에게서도 그의 이론을 만들게 한 동기가 있을 것이라 짐작하고 가상적으로 그 순간을 포착하여 시로 인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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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1


나는 보았다
밥벌레들이 순대 속으로 기어들어가는 것을


-최영미, <서른, 잔치는 끝났다>, 창비




지하철 계단을 내려올 때 차가 막 도착하여 지하철이 사람들을 토해내고 흡수하는 것을 지켜볼 때가 있다. 얼른 뛰어 들어가 문이 닫히기 전에 타야하지만 그 광경을 지켜보느라 놓친 적도 있다. 순대 속을 꽉꽉 채워 묶어버리듯 지하철은 문을 닫는다. 살아 눈을 멍하니 뜨고 밖을 바라보는 순대 속. 또다른 멍한 눈과 마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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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음에서는 'ㅏ, ㅗ, ㅑ, ㅛ' 같은 편안한 글자가 들어가는 것이 좋다. 'ㅣ,ㄹ' 같은 닫히는 발음이 들어가면 높은음을 내기도 어렵고 듣기에도 부담스럽다. -35p


2.  작사가로 입문하는 케이스 중 가장 흔한 경우는 '아는 사람을 통해서..'란다. 특히 작곡가와의 인맥을 통해 작사가로 데뷔하는 경우가 많다. 인맥이 없는 경우에는 음반 제작 기획사를 찾아가거나 가사를 기획사에 보내거나 인터넷 공모에 참가하는 것이다. 음악 출판사를 통하는 방법도 있다고 하지만 자세한 방법은 나와있지 않다. -120p



<대중 가요 작사>라는 책을 읽은 직후에 읽었기 때문에 중복되는 내용이 많아 대부분은 읽지 않았다. 그런데 읽다보니 데자뷰가 느껴졌다. 똑같은 내용에 심지어 문장까지 흡사한 챕터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될 수 있다! 작사가>라는 이 책이 먼저 나왔고 <대중 가요 작사>라는 책이 뒤에 나와기에 <대중 가요 작사>라는 책이 이 책을 '표절'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참고한 것 같다. 책 말미에 작곡가들의 인터뷰를 싣는 포맷도 같다. 혹시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게 아닐까 확인했지만 달랐다. 그래도 <대중 가요 작사>는 랜덤하우스에서 나온 책인데 표절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문단들이 있다는 것이 충격적이다. 한 번 더 책을 빌려 확인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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