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1


나는 보았다
밥벌레들이 순대 속으로 기어들어가는 것을


-최영미, <서른, 잔치는 끝났다>, 창비




지하철 계단을 내려올 때 차가 막 도착하여 지하철이 사람들을 토해내고 흡수하는 것을 지켜볼 때가 있다. 얼른 뛰어 들어가 문이 닫히기 전에 타야하지만 그 광경을 지켜보느라 놓친 적도 있다. 순대 속을 꽉꽉 채워 묶어버리듯 지하철은 문을 닫는다. 살아 눈을 멍하니 뜨고 밖을 바라보는 순대 속. 또다른 멍한 눈과 마주친다. 
Posted by 소리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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