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은 내가 내가 아닌 것이 된다.
그 동안의 기억들은 오랜시간 정제된 빙하의 일부분일 뿐.
그것은 흐르지도 않고 사실 그 속의 속은 존재하는지 그렇지 않은지도 알 수 없다.
데자뷰. 그 끝없는 환생이 이어지지만, 데자뷰는 데자뷰에 대한 데자뷰일 뿐.
그 차갑도록 무서운 죽음의 기억. 아니 무존재의 기억. 나는 죽은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허공의 시간이 온다.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그 순간엔 언어를 잊어버린다.
빈혈일 때와 비슷하다. 무언가에 집중할 수 없고, 존재의 밀도가 낮아지는 순간. 자아의 행방불명. 어느 것도 기계적으로 할 수 없는 순간. 단순한 빈혈일까.


나는 이것을 명상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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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냄새가 올라온다.
내 몸에서, 아니 내 몸에 붙은 옷에서.
인간의 형상을 한, 우리가 인간이라고 부르는, 정의한 그 개념과 비슷한 형상을 한.
나는 내 손가락을 쳐다본다. 키보드 위 건반을 쳐대는 모습. 손가락은 5개가 오늘따라 왠지 기형의 모습으로 그러나 우아하게 건반을 두드린다.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기에 쓴느 글.
습관이라는 늪은 점점 나를 끌어당길 뿐.
그냥 빠져버릴까. 빠져버리면 다른 세상이 올까.
이렇게 어두컴컴한 날에는 내가 살아있는 건지, 무언가가 그냥 존재할 뿐인 건지, 환상이라는 것밖에 존재하지 않기에 환상이라는 단어도 무의미해지고 그냥 이 모습 그대로일 뿐인 건지 헷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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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해야 될지도 모르겠고, 제대로 놀지도 못하고, 딴 걸 하지도 못하는 상태.
시간이 지나도 달라지는 건 없고, 여름은 다시 오고, 장마도 다시 온다.
바뀌기는 할까. 평생 이 모양 이 꼴은 아닐까. 방향성 없는 행동, 구태의연한 행태, 쌓여만 가는 습관.
쫓기고 쫓기지만, 무언가로부터 도망가지도 못하고, 앞으로 걸어가지도 못하는 상태.
할 수 있는 건 도대체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겠다는 하소연 뿐.
Posted by 소리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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