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저 아이들이 좋다

나는 저 아이들이 좋다. 조금만 실수해도 얼굴에 나타나는 아이, '아, 미치겠네' 중얼거린느 아이, 새로 산 신발 잃고 종일 울면서 찾아다니는 아이, 별 것 아닌 일에도 '애들이 나 보면 가만 안 두겠지?' 걱정하는 아이, 좀처럼 웃지 않는 아이, 좀처럼 안 웃어도 피곤한 기색이면 내 옆에 와 앉아도 주는 아이, 좀처럼 기 안 죽고 주눅 안 드는 아이, 제 마음에 안 들면 아무나 박아버려도 제 할 일 칼같이 하는 아이, 조금은 썰렁하고 조금은 삐딱하고 조금은 힘든, 힘든 그런 아이들. 아, 저 아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내 품에 안겨들면 나는 휘청이며 너울거리는 거대한 나무가 된다.

-이성복, <달의 이마에도 물결무늬 자국>, 열림원  



저 아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내 품에 안겨들면 나는 휘청이며 너울거리는 거대한 나무가 된다. 든든하게 품어줄 기둥이 된다. 어떤 아이라도 좋다. 행복하다. 
Posted by 소리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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