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시즌 사직에서의 9연패. 
3회까지만 해도 징크스를 시원하게 깨고 거침없이 방망이에서 불을 뿜을 줄 알았다. 

승부처는 4:3에서 장원준을 내리고 임경완을 내릴 때라고 생각한다. 
아니 왜 그렇게 중요한 상황에서 임경완을? 
고원준이 비록 2점을 내주기는 했지만 4:3에서 올렸서 동점을 내주지 않았더라면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었다. 왜 어정쩡하게 임경완을 올렸을까. 고원준이 몸이 덜 풀려서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면 분명 용병술의 실패다. 

그래도 4:4로 동점을 내주는 상황은 잊혀지고 결국 사람들 뇌리에 남는 것은 9회말 1사 만루의 손아섭의 병살일 것이다. 그렇게 잘하고도 마지막에 병살을 치면서 손아섭 때문에 졌다는 인상을 남겼다. 

9회말 무사 1,3루 때만 해도 이 경기는 잡았다고 생각했다. 아마 선수들도 끝내기 안타를 치는 장면을 떠올리고 있었을 것이다. 여기에 사직의 저주가 있다. 

흔히 사직에서 포스트 시즌 성적을 못 내는 이유 중 하나로 지나친 부담감을 든다. 홈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이 오히려 독이 되는 것이다. 박종윤 대타로 들어온 손용석과 2번 손아섭 모두 초구에 볼을 건드렸다. 둘은 자신이 영웅이 되는 모습을 상상하지 않을 수 없다. 누구라도 그 상황에선 자신이 영웅이 되는 것을 상상한다. 그 많은 관중들의 환호를 받으며 두 손을 치켜들고 싶었을 것이다. 그것이 독이 되었는지 둘 다 신중하지 못한 초구 공략으로 허무하게 무사 1,3루의 찬스를 날린다. 손용석이야 그렇다고 치자. 손아섭은 바뀐 투수의 초구를 노려라는 상식을 너무 따른 것일까. 1사 만루에서 굳이 초구를 건드릴 필요는 없다. 2사가 아니라 1사기 때문에 당연히 쫓기는 쪽은 투수 쪽이고, 투수가 흔들릴지도 모르니 투구를 더 지켜봐도 된다. 2사면 타나 한 명만 잡으면 된다는 생각이 있지만 1사에서는 반드시 삼진이나 병살로 처리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만약 볼카운트가 불리하게라도 잡히면 투수는 밀어내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여러모로 타자에게 유리한 상황이다. 손아섭은 삼진을 당하더라도 지켜봐야 했다. 원아웃이고 한 점만 나면 되는 상황이었으니까. 

그런데 손아섭은 초구를 건드렸다. 좋은 공이 오면 노려야 된다고 말하지만 그와 같은 상황에서는 어찌됐든 시간을 끄는 것이 더 나은 상황이었다. 자신에 대한 기대치가 높고 영웅심리가 남들보다 강한 손아섭은 욕심을 냈다. 원정이라면 조금 더 신중하게 타석에 임했을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말해도 결과론일 뿐이겠지만 일방적인 응원이라는 저주 아닌 저주가 의도와는 다른 결과를 내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2차전에서는 꼭 징크스를 날려버렸으면 좋겠다.  
Posted by 소리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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