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까페의 노래


언젠가 한번 와본 듯하다
언젠가 한번 마신 듯하다
이 카페 이자리 이 불빛 아래
가만있자 저 눈웃음치는 마담
살짝 보조개도 낯익구나

어느 놈하고였더라
시대를 핑계로 어둠을 구실로
객쩍은 욕망에 꽃을 달아줬던 건 
아프지 않고도 아픈 척
가렵지 않고도 가려운 척
밤 새워 날 세워 핥고 할퀴던
아직 피가 뜨겁던 때인가

있는 과거 없는 과거 들쑤시어
있는 놈 없는 년 모다 모아
도마 위에 씹고 또 씹었었지

호호탕탕 훌훌쩝쩝
마시고 두드리고 불러제꼈지
그러다 한두 번 눈빛이 엉켰겠지
어쩌면...
부끄럽다 두렵다 이 카페 이 자리는
내 간음의 목격자


-최영미, <서른, 잔치는 끝났다>, 창비



어둠의 시대를 살아도 사랑은 흐른다. 눈빛은 뜨거워진다. 
"시대를 핑계로 어둠을 구실로".
민주화의 피가 끓어올랐던 그때, 반드시 그것만으로 뜨거워졌던 건 아니었다. 모든 것이 헤퍼지고, 모든 것이 전략이 되고, 모든 것이 인증과 과시의 목적이 된 지금은 오히려 어느 것에도 끓어오를 수 없다. 
부끄러운 간음의 목격자에게 다시 찾아왔다. 아직도 뜨거운 재로 기억에 온기를 쬔다. 
Posted by 소리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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