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파일>에 대한 숭배는 프로그램의 이야기가 결국 '진짜 얘기'가 아니라는 이유로 그 해악이 옹호되어 왔다. 표면적으로는 그럴듯한 변호다. 그러나 정기적으로 방영되는 이야기들이 계속해서 세계를 단편적으로 그려 낼 경우 비판을 받는 것은 정당하다. <X-파일>은 매주 방송되는 텔레비전 시리즈물로 두 명의 미국 연방수사국 요원이 어떤 불가사의한 사건을 다루는 내용이다. 두 명 중 스컬리는 이성적이고 과학적 설명을 선호하는 반면 다른 하나인 멀더는 초자연적인 설명을 좇거나 적어도 설명할 수 없음을 찬양한다. <X-파일>의 문제는 언제나 반복적으로 초자연적 설명법 또는 적어도 '멀더 식의 사고방식'이 결국엔 해답이라는 점이다. ... 하지만 그저 지어낸 이야기에 불과하지 않은가? 그렇지 않다. 가령 매주 두 명의 경찰관이 범죄를 해결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있다고 하자. 두 명의 수사관 중 하나는 항상 흑인 용의자를 지목하고 다른 하나는 백인을 의심한다. 그런데 매주 범인은 흑인임이 밝혀진다. 뭐가 잘못되었는가? 결국 허구에 불과하지 않은가? 충격적이지만 유비 관계는 충분히 정당하다. 물론 초자연주의적 프로파간다가 인종차별적 선전과 마찬가지로 위험하고 불쾌하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X-파일>은 체계적으로 세상에 대한 반이성적 시각을 공급하며, 그 반복적인 일관성은 음흉하기까지 하다.

-리처드 도킨스, <무지개를 풀며>, 바다출판사, 60-61쪽



저명한 불임 절문가인 로버트 위스턴이 지어 낸 얘기가 하나 있다. 어떤 파렴치한 돌팔이 의사가 아들을 원하는 사람들이 보도록 다음과 같은 신문 광고를 게재했다는 것이다. "당신의 자녀를 남자로 만드는 저만의 특허 비법에 500파운드를 지불하십시오. 실패할 경우 환불해 드립니다." 환불 보장은 신뢰도를 높이려는 의도다. 물론 어차피 아들이 태어날 확률이 50%는 되니까 제법 괜찮은 수익 구조를 가진 구상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여자아이가 나올 때마다 환불 액수에 추가로 250파운드를 보상하는 안정적인 상품도 좋을 것이다. 길게 보면 여전히 짭짤한 수익을 올리게 될 것이다.

-같은 책, 229쪽



한 방에 사람이 23명 있을 때 수학자들은 적어도 두 명의 생일이 같을 확률이 50퍼센트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

-같은 책, 239쪽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은 우연의 일치가 일어날 기회의 커다란 집함체라 할 수 있다. 당신과 내가 살아가는 보통의 나날은 끊이지 않는 사건과 사고의 연속이며, 무엇이든 우연의 일치의 잠재적 대상이 될 수 있다. 나는 지금 벽에 걸린 아주 신기한 괴물 형상의 심해 물고기 사진을 보고 있다. 바로 이 순간에 벨이 울리면서 자신을 미스터 피쉬라고 소개하는 사람의 전화가 올 수 있다. 한번 기다려 보자.
전화벨은 울리지 않았다. 요는 하루의 어느 시점에서 무엇을 하든 전화벨이 울리는 것과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으며, 혹 벌어지면 차후에 기이한 우연의 일치로 기록될 수 있따는 점이다. 인간의 삶은 충분히 길기 때문에 놀라운 우연의 일치를 단 한번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오히려 놀라운 일일 것이다. 바로 이 순간 나의 머리는 지난 45년 동안 보지도, 생각하지도 않던 하빌랜드라는 동창생에 대한 생각으로 흘러가 버렸다. 만약 바로 이 순간, 하비랜드 사가 제조한 비행기가 창문 너머로 날아가면 나는 우연의 일치 하나를 건지는 셈이다. 사실 그런 비행기는 현재 보이지 않지만 이제 또 다른 것을 생각하고 있으므로 새로운 우연의 일치의 기회를 얻고 있따. 그리하여 우연의 일치가 일어날 기회는 하루 종일 그리고 매일 이어진다. 하지만 우연의 일치가 일어나지 않는 불일치의 경우는 간과된 채 보고되지 않는다.

-같은 책, 246-247쪽



다윈주의자로서 나는 신기한 우연의 일치에 감격하는 우리의 심리(경향이 없는 곳에 있다고 보는 심리)가 우리 조상의 평균 개체군의 크기와 그들의 일상생활의 제한된 경험과 연관되어 있다고 본다. 인류학, 화석 증거 그리고 유인원 연구 모두 우리의 조상이 지난 수백 년 동안 작은 무리나 촌락을 이루면서 살았다는 것을 말해 준다. 이는 우리의 조상이 통상적으로 만나거나 얘기하는 친구 또는 상대의 수가 고작 몇 십 명 내외라는 뜻이다. (중략) 따라서 우리의 두뇌는 친구나 지인의 범위가 더 넓었다면 평범했을 우연의 일치가 놀랍게 느껴지도록 맞춰졌던 것이다.
오늘날의 신문, 라디오, 기타 대중 매체 덕분에 우리가 접하고 살아가는 범위는 매우 넓다. 기상천외한 우연의 일치는 선사시대보다 훨씬 넓고 그럴싸한 이야기의 형태로 전파된다. 그러나 우리의 두뇌는 작은 촌락 단위에서 이보다 훨씬 평범한 수준의 우연의 일치에 맞춰 자연선택되어 왔다. 우리는 놀라움의 역치 차이로 인해 우연의 일치에 놀라는 것이다. (중략)
같은 방향으로 영향력을 발휘하는 또 다른 힘이 있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의 개인적 생활은 고대 사회보다 같은 시간동안 훨씬 풍부한 경험을 한다. 우리는 그냥 아침에 일어나 어제와 같은 방식으로 한두 끼니 먹고 지내다가 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책과 잡지를 읽고, 텔레비전을 보고, 고속으로 새로운 곳으로 여행을 가고, 직장에 가면서 수천 명의 살마을 지나친다. 보이는 얼굴의 수, 경험하는 새로운 상황의 수,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의 수는 우리의 부족 조상에 비해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즉 개개인마다 우연의 일치가 일어날 '기회'의 수가 조상 시대보다 훨씬 크고, 따라서 우리의 뇌가 평가하도록 설정되어 있는 수준보다 높다.

-같은 책, 269-270쪽



미래는 아주 일반적인 의미에서만 과거를 닮기 때문에 유전자의 예측력에는 한계까 있다. 세부적이고 애매한 것은 빠르게 변하는 상황에 맞춰 계속 정보를 바꾸고 예측을 재고하는 신경 하드웨어와 가상현실 소프트웨어가 담당한다. 마치 유전자가 이런 말을 하는 듯하다. "우리는 환경의 기본적인 형태와 세대를 거쳐도 잘 변하지 않는 것을 모델링할 테니 빠른 변화는 뇌에게 맡긴다."

-같은 책, 414쪽



요점은 혁신적 소프트웨어의 폭발이 세계로 퍼져나갈 문턱에 있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핵심 하드웨어인 마우스의 출현을 기다려야 했다는 것이다. GUI 소프트웨어가 퍼지자 더 빠르고, 더 능숙하게 그래픽을 다룰 수 있는 새로운 하드웨어에 대한 수요가 생겨났다. 이는 또다시 정교하고 새로운 소프트웨어, 특히 고속 그래픽을 다루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불러왔다.

-같은 책, 428-429쪽



바이러스처럼 유전자는 순전히 기생적으로 퍼질 수 있다. 단지 퍼지기 위해 퍼지는 이것이 매우 무의미하다고 생각될지 모르지만 자연은 우리의 판단에도, 무의미에도 관심이 없다. 정보 저각은 퍼지는 데 필요한 것만 갖추면 퍼지고, 퍼지면 그뿐이다.

-같은 책, 443쪽



나는 개별 개체가 생명의 근본적인 현상이 아니며, 원래는 개별적이고 적대적인 유전자들이 '이기적인 협조자'로 모여 협동 집단을 이루어 창발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개별 개체는 환경이 아니다. 그러기에 너무도 실제적이다. 그러나 그것은 개별적이고, 심지어는 적대적인 행위자 간의 상호 작용에서 발생한 이차적인 파생 현상이다. 이 생각을 깊이 발전시키는 대신 나는 데넷과 블랙보어를 따라 모방자와 비교한느 정도로 그치려 한다. 어쩌면 나 자신이라는 주관적인 '나'도 같은 종류의 반환영인지 모른다. 정신은 근본적으로 독립적이고도 적대적인 행위자들의 모음이다. 인공지능의 아버지인 마빈 민스키는 1985년에 출간한 자신의 책을 <마음의 사회>라 불렀다. 행위자가 모방자든 아니든 강조하고 싶은 점은 개별적인 몸도 유전자들의 불편한 협동에서 발생하는 것이듯이 '여기에 있는 누구'라는 주관적인 느낌도 직조된 창잘적 반환영일 수 있다는 점이다.

-같은 책, 448-449쪽.



Posted by 소리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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