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던지기딸과 함께 공을 주고 받는 시인의 모습이 사랑스럽다.
방학중의 딸과 함께 공던지기를 했다
서투른 것이 사랑이었다
좀 세게 던져주면
잘 튀는 공이
딸의 키를 넘어갔다
딸의 공이 와서 튀면
내 키도 넘어 저만치 떨어졌다
깔깔깔 딸의 웃음이
단풍나무 잎새들을 떨어뜨렸다 늦가을이었다
나도 세게 던진 뒤 땀을 훑어내면서
하늘을 보았다
비행운 하나도 없다
하늘에는 어떤 왕조도 없다
텅 빈 저승
거기에 공을 잘못 던졌다 딸이 깔깔 웃었다
-고은, <두고 온 시>, 창작과비평사
저승에 던진 공에 잘못 던져서 딸이 웃는다. 평화롭다
늦가을 붙잡을 것도 없고 쫓길 것도 없는 날.
웃음소리가 청명한 하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