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99도가 되어도 끓지 않는다. 그러나 100도씨가 되면 거짓말처럼 끓기 시작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참을 수 없는 한계에 다다르면 거리로 나서게 된다. 사실 물은 100도씨가 되기 전에도 빠른 속도로 증발한다. 물거품이 올라오고 김이 나오며 낮은 온도보다 훨씬 빨리 물은 수증기가 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100도씨가 되기 전에도 치열히 부당함에 맞서는 사람들이 있다. 온도가 오르면 오를수록 거기에 참여하는 사람은 많아진다. 그러나 100도씨부터는 더 이상 온도는 올라가지 않는다. 물을 달구는 에너지는 물을 수증기로 만드는 데 온전히 쓰인다. 그것이 상전이다. 한국사회에서 상전이 현상은 여러번 있었다. 그 중 하나가 6월 항쟁이다.
100도씨에서 나오는 주 캐릭터는 어머니다. 자신의 아들이 자신이 그렇게도 두려워했던 '빨갱이'로 오해받는 운동권이 되었다. 어머니는 처음에 사실을 부정하고 슬퍼하지만 결국 아들편의 열렬한 지지자가 된다. 이 만화의 핵심 플롯은 바로 그 어머니가 바뀌어가는 과정이다. 보도연맹으로부터 식량을 받았다는 이유로 죽음을 당했던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기억은 어머니에게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그래서 '빨갱이'라면 소스라치는 어머니는 빨갱이로 오인받고 있던 운동권 또한 북한 괴뢰군들의 공작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 그리고 결국 아들편으로 돌아서는 과정은 6월 항쟁의 과정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현실의 인물을 빌려온 캐릭터와 그들의 자연스러운 묘사는 최규석만의 특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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