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스케2에 대한 잡상들

2010. 10. 23. 13:40

5인 그룹 미션 때부터 허각을 응원했다. 응원하던 나조차 허각이 우승하리라고는 생각 못했지만, 정말 드라마다. 어차피 누가 되든 데뷔 후 지금같은 관심을 받기는 힘들 터, 차라리 되야 할 사람이 되는 게 낫다.

 

 존박 vs 허각 의 구도는 싱거웠다

그 누가 보더라도 레벨 차이가 너무 많이 나는 게임이었다. 소스 자체가 비교가 안 되지만 존박은 컨디션까지 안 좋아 보였다. 존박 본인 스스로도 자기가 됐다면 민망했을 것이다.

최후 3인이 남았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허각이 떨어질 것이라 예상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팬투표에서 허각이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더란다. 존박과 장재인은 거의 점수가 비슷했는데, 장재인이 올라갔으면 어떻게 됐을까. 장재인과 허각의 대결은 '개성과 교과서'의 대결이다. '비주류와 주류'의 대결이라고 해도 되겠다. 게다가 '성대결'이다. 존박이 떨어지면 흥행의 측면에서는 손해가 있겟지만(존박(의 외모)만을 보기 위한 팬들이 떨어져 나가니까) 결승 대결은 훨씬 흥미로웠을 것이다. 허각이 떨어지고 존박과 장재인이 붙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랬더라도 존박과 허각의 대결보다는 흥미로웠을 것이다. 존박과 장재인은 보컬 지존이 빠진 자리에 기존의 '팬덤 가수'와 충성도 높은 팬을 가진 '매니아 가수'의 대결이 되었을 것이다. 허각과 존박의 대결은 '교과서 보컬'과 '팬덤 가수'의 대결이다. 만약 둘의 보컬 실력 차이가 클 때, 팬덤 가수는 되도 욕을 먹게 된다. 존박이 되면 민망하고, 허각이 되면 싱거운 대결이 되버린 것이다. 게다가 장재인에게 투표하던 이들은 대부분 허각 쪽으로 찍어줬을 가능성이 크다. 장재인과 허각 등 개성과 노래 실력을 더 중시 여기는 시청자들이 팬의 힘으로 올라온 존박에게는 인색할 것이다. 그래서 더욱 싱거운 게임이 되고 말았다. 존박은 가장 강력한 소비자인 여성팬들이 있고, 방송을 알고, 흥행성도 있지만, 단 하나 노래 실력이 프로가 되기엔 역부족이라는 단점이 있다. 허각은 그 반대, 노래 말고는 믿을 게 없다. 장재인은 어쩌면 그 중도를 잘 타며, 데뷔한다면 셋 중 가장 성공했을 것 같다. 물론 그래봤자 노래가 좋지 못하면 망할 수밖에 없지만.결론은 장재인이 올라오지 못해 싱거운 대결이 되어버렸다.

 

 

 허각의 모델은 김연우 밖에 없다

윤종신이 지적했듯이 허각이 설 공간은 그리 넓지 않다. 외모보다 노래로 승부를 보는 진짜 가수들도 이미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이 그렇게 성공적이라고도 할 수 없다. 게다가 허각은 목소리에 개성도 없다. 슈스케로 인지도가 높다는 것 말고는 그들보다 나을 것이 하나도 없다. 그런데 그들과 경쟁해야 한다. 허각이 자리잡을 위치는 딱 김연우 정도의 위치일 것 같다. 짧은 기럭지, 잘생기지 않은 외모, 그러나 타고난 보컬로 좋은 곡을 만나면 주목 받을 수 있는 그 정도의 위치.  그러나 김연우는 정말 미치도록 노래를 잘하면서도 목소리에 개성이 있다. 비록 여전히 비주류긴 하지만, 허각은 그 정도의 실력을 갖추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허각이 여성 소비자들을 겨냥한 노래를 할 수는 없으니, 남자들이 노래방에서 부르기 좋아할만한 노래를 해야 한다. 그러면서 여성들은 싫어하지 않는 (즉, 목소리를 질질 짜내지 않는) 노래를 해야 한다. 인지도가 높다는 것이 아직은 활용가치가 있지만 역시 공간이 그리 넓지는 않다.

 

 

 슈스케 흥행 비결은 편집 능력

슈스케를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은 정말 시청자들이 눈을 뗄 수 없게 편집을 잘 한다는 것이다. 아메리칸 아이돌을 본 적이 없어 그들의 편집 방법을 따라했는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대단한 것 같다. 만약 단순 참고정도만 한 수준이라면, 정말 편집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사람이 엠넷에 있는 게 분명하다. 여러 장면을 평행한 현실로 엮어버리는 편집 기술이라든가,개성있는 출연자가 나왔을 때의 절묘한 상황 묘사라든가 하는 것들이 미국 방송을 거의 보지 않는 한 사람으로서 꽤나 신선했다. 최종회 시청률은 20%란다. 보통의 케이블 방송이 1%만 넘어도 성공이라고 한다. 케이블 방송 시청률을 공중파로 환산하려면 10을 곱해야 한다는 말도 있다. 슈스케2는 그런 환산법도 통하지 않는 경이로운 숫자를 기록했다. 잔인한 프로그램 구성, 스토리를 읽는 듯한 구성 등 또한 시청률을 올렸겠지만 가장 큰 공은 그 동안 한국 방송에서 접하지 못한 신선한 편집이라고 생각한다.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

Posted by 소리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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