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세속과 속세 사이

[삶은 야구, 갓 튀긴 하루] 홈런을 칠 수 있는 사람이 파울홈런도 칠 수 있다

소리끝 2010. 7. 4. 16:03

파울 홈런은 아깝게 폴대를 벗어나 홈런이 되지 못하고 파울이 된 타구를 말한다. 파울 홈런을 친 타자가 해당 타석에서의 타율은 얼마나 될까. 파울 홈런은 공식 기록이 아니기 때문에 아마 데이터가 없을 것이다. 파울 홈런을 쳤다는 것은 타격감이 좋다는 것이고, 그래서 해당 타석에서 안타를 칠 확률이 높을 것 같다. 그러나 둘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고 상관관계만 있다. 즉, 파울홈런을 친 타석 혹은 그 날의 타석에서의 타율이 높은 이유는 파울홈런을 쳤기 때문이 아니라 파울홈런을 치는 것과 안타를 치는 것 모두 '타격감이 좋다'는 공통된 이유에서 오기 때문에 인과관계는 없고 상관관계만 있다는 것이다.
파울홈런을 치는 것은 타격감이 좋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일 뿐인데, 그렇다면 파울홈런이 심리적으로는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까.
이것은 파울홈런이 해당 타석의 타율과 상관관계가 있냐 없냐의 질문이다. 만약 파울홈런이 긍정적인 심리변화를 가져온다면 해당 타석의 타율은 파울홈런을 치지 않았을 때보다 더 오를 것이고 반대라면 결과 또한 반대일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파울홈런을 치는 것이 심리적으로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 같다. 즉, 그 날 타격감이 똑같다면 파울홈런을 치는 것보다 치지 않는 것이 더 낫다는 말이다. 야구에서 골대를 맞춘 팀은 경기에서 질 확률이 높다는 설과 비슷한데, 물론 이것은 그냥 상식적인 생각이고, 실제 타자들이 느끼는 것은 다를 수 있다.

인생에서 파울홈런을 칠 때는 언제일까. 파울홈런은 운으로 따라오는 것도 아니요, 잘 맞췄지만 미세하게 부족했기에 극과 극으로 결과가 갈릴 때이다. 딱히 실수를 한 것도 아니고, 딱히 컨디션이 나빴던 것도 아니지만, 폴 하나 사이로 결과가 극명하게 갈린다. 그 때 아주 약간만 상황이 달랐더라도, 아니면 그 때 조금만 생각을 달리했더라도 파울이 아니라 홈런이 되었을 순간들. 축구선수 이동국은 우르과이 전에서의 통한의 마지막 슛이 두고두고 파울홈런으로 남을 것이다. (그 날 조금만 강도가 셌더라고 골이었고, 그 조금의 차이가 그에 대한 시선을 극과 극으로 갈라놓았다) 딱히 못한 것도 아닌데, 각종 대회에서 아깝게 상을 받지 못하거나, 자격시험에서 컷트라인을 통과하지 못한 것도 파울홈런을 친 것에 비유할 수 있다. 그런 경우엔 도대체 누구를 탓할지도 모르는 난감한 심리상태에 놓이게 된다.
그러나 홈런을 칠 수 있는 사람만이 파울홈런도 칠 수 있다. 자신의 파울홈런이 인생의 작은 분기점을 만들었더라도, 파울은 언제나 새로운 기회를 주며, 파울홈런을 이끈 타격감과 실력으로 새로 온 기회를 다시 노리면 된다. 인생에서 파울홈런과 비슷한 일을 겪었다면, 그것이 플라이 아웃이 아닌 파울이라 여기고 다음 기회를 노리는 자신감을 얻는 것이 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