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끝 2010. 6. 25. 20:46

연극은 막이 내리지만 영화는 막이 올라간다. 영화의 끝을 알리는 크레딧이 올라가면 그 음악 속에 영화의 내용은 응축되어 잔상을 남긴다. 나는 오로지 그 순간을 위해 영화를 본다. 여운이 남겨진 엔딩 크레딧. 음악과 함께 올라가는 마지막 순간. 어떤 대사였든, 어떤 내용이든 중요치 않다. 나는 오로지 그 순간만을 위해 두 시간을 기다렸다. 영화관 불은 켜졌지만 일상으론 돌아올 수 없는 그 짧은 여운의 순간. 자리에서 일어나기 위해 몸을 뒤척이는 내 자신이 내 자신에게 방해되는 순간. 그 시간이 길면 길수록 그 영화에 찬사를 보낸다. 그리고

나는 그 순간을 명상이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