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 '알겠니?'

소리끝 2012. 6. 7. 01:14


가슴을 쥐어뜯다가도

금방 살아갈 구멍을 찾고

꿈을 꾸면서도 포기하는 나.

날마다 조금씩 자기를 파괴하면서 

결코 완전히 파괴할 용기는 없었지 


-최영미, '알겠니?' 중에서, <돼지들에게>, 실천문학사 



거창한 꿈을 꾸는 것도 현실의 벽과 벽 사이의 좁은 공간에서만 가능할 뿐이고

그 꿈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도 보도블럭 틈으로 자라나는 잡풀처럼 불가능해보이는데

어느 하나를 완전히 결단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라

과거든 미래든 어느 하나는 절단해야 하는 일이라 

결국은 현재의 현실에 머물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