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규, <카스테라>, 기록해 두고 싶은 표현들

소리끝 2012. 5. 5. 10:36


이렇게 지구가 도는 게 느껴질 땐 말이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요 뭐가? 그러니까... 정말 우주에서... 행성 위에서 살고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이런 곳에서... 왜 고작 이따위로 사는 걸까, 라고요 


-박민규, <카스테라>. 86페이지 



푸르른 솔처럼 곧고 강인했던 남자의 눈에서, 그러나 그 순간 눈물 같은 것이 반짝였다. 나는 숨을 죽였다. 그러나 눈물은 흘러내리지 않았고 다시 형의 눈 속으로 스며들었다. 표면장력이 강한, 투사의 눈물이었다.


-박민규, <카스테라>, 196페이지



인간이 최선을 다하는 이유는, 무력하기 때문이었다. 


-박민규, <카스테라>, 207페이지



1센티 두께의 베니어로 나뉜 칸칸마다 빼곡히 남자나 여자들이 들어차 있다. 그 속에서 다들 소리를 죽여가며 방귀를 뀌고, 잠을 자고, 생각을 하고, 자위를 한다. 살아간다. 생각할수록 그것은 하나의 장관이다. 뭔가 통해 있고, 비릿하고, 술렁이는 느낌이다. 어쩌면 이것은 세포막이 아닐까? 


-박민규, <카스테라>, 293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