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메모] 진화 과정의 세 가지 산물 (마음의 기원)
생물이 지니고 있는 모든 형질이 항상 진화적으로 유리해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진화이론이 틀려서가 아니라, 생존과 번식 경쟁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다른 것들까지 가질 수 있어서다. 아래는 진화심리학 교재 '마음의 기원'에 나와 있는 진화 과정의 산물들에 대한 요약이다. 진화과정에서는 실질적으로 적응에 도움이 되는 것들과 그렇지 않은 것들이 유전 혹은 환경에 의해 발현된다.
1. 적응
자연 선택을 통해 현존하는 생명체를 진화시킨 잘 발달된 유전적 특성으로, 진화 기간 동안 개체군에 존재했던 다른 특성들보다 생존이나 번식관련 문제 해결에 더 융요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전해진 것
2. 부산물
적응관련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기능적으로 설계된 것도 아니지만, 기능적으로 설계된 다른 특성, 즉 적응 특성이 복제될 때에 함께 복제되는 특성
3. 노이즈
우연히 발생한 돌연변이나 갑작스럽고 전례 없는 환경의 변화 또는 발달 과정에서 마주치는 우연한 사건과 같은 힘에 의해 만들어진 무선효과
마음의 기원, 2판, 데이비드 버스, 김교헌, 권선중, 이흥표, 66페이지
'적응'은 말 그대로 진화과정에서 생존이나 번식에 유리했기 때문에 유전된 것이다. '부산물'은 그 과정에서 딸려온 것들을 말한다. 즉, 뼈가 하얀색인 이유는 진화적으로 유리했기 때문이 아니다. 단단한 뼈를 만드는 성분들이 진화적으로 유리했던 것이고 뼈가 하얀색인 것은 그것의 부산물일 뿐이다. 그런데 '부산물'이 부산무르이 역할에서 그치지 않고 적응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가령 문자를 읽고 쓰는 것은 다른 능력들에 따른 부산물일 가능성이 크다. 대부분의 인류의 진화가 진행되었을 때는 문자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적응을 위한 다른 기능들로 인해 새롭게 생긴 능력도 부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노이즈는 사실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것은 유전되는 것이 아니라 환경에 의한 영향이기 때문이다. 책에서 든 예로 설명하자면 탯줄은 '적응'이고 '배꼽'은 부산물이며 '배꼽의 특정한 모양'은 노이즈다. (책에서 든 예에서 의문이 드는 점은 참외배꼽이냐 들어간 배꼽이냐 등의 형질은 분명 유전되는데 그것이 노이즈인가 부산물인가 하는 점이다.)
가끔 진화론에 반대하는 논증을 하는 사람들은 '부산물'과 '노이즈'를 끌어들여 이런 게 무슨 적응에 도움이 되느냐라고 주장할 수 있다. 이 주장에 대한 반박을 위해서는 '적응', '부산물', '노이즈'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필요할 것이고 아마 진화론자들 사이에서는 기준이 명확히 세워져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