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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에서" - 최영미
소리끝
2011. 9. 4. 10:12
선운사에서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최영미, <서른, 잔치는 끝났다>, 창비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다.
사랑이 싹트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다.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다.
사랑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다.
잊으려는 노력이 한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