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꽃을 기다리며" - 장석남

소리끝 2011. 6. 11. 20:55


매화꽃을 기다리며


매화분 하나를 구해 창가에 두고는
꽃봉오리 올라오는 것 바라보니
피멍 든 듯 붉은 빛이 섞여서
겨우내 무슨 참을 일이 저렇듯 깊었을까 생각해본다
안에서는 피지 마 피지 마 잡아당기는 살림이 있을 듯해
무언가 타이르러 오는 꽃일지 몰라
무언가 타이르러 오는 꽃일지 몰라
생각해본다

집은 동향이라 아침 빛만 많고
바닥에 흘린 물이 얼어붙어 그림자 미끄럽다
후일, 꽃이 나와서, 그 빛깔은
무슨 말인가
무슨 말인가
그 그림자 아래 나는 여럿이 되어 모여서
그 빛깔들을 손등이며 얼굴에까지 얹어보는 수고로움
향기롭겠다


-장석남, <미소는, 어디로 가시려는가>


매화분 하나를 사서 창가에 두고 지켜보고 또 지켜보며
그 속말들을 엿들으며 꽃을 기다린다
꽃 안의 살림
아직은 피지 마 아직은 아니야라고 타이르는 속삭임.  
해는 아침에 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