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우승열패의 신화>(박노자) 메모5
소리끝
2011. 1. 23. 18:04
조선 최초의 관비 도미 유학생 유길준은 1877년부터 1882년까지 동경제국대학교에서 생물학을 강의한 미국인 진화론자 에드워드 모스 교수의 제자가 되기로 자청한다. 그는 모스 교슈 밑에서 일반 진화론과 사회진화론을 배웠다. 첫 근대 미국 유학생 유길준이 배운 학문이 사회진화론이라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그가 쓴 <경쟁론>의 서두에 그는 다음과 같이 경쟁을 찬양한다.
물론 최초의 도미 유학생이 '사회진화론'을 배웠기 때문에 현재 한국사회가 경쟁지상주의가 된 것은 아니다. 우연이겠지만 그렇다고 무의미한 것도 아니다. 지금의 승자독식 사회는 100년 전 조선 사회를 휩쓸었던 사회진화론을 처음 받아들인 개화지식인들로 이어져 온 것은 분명하다. 그들이 사회진화론에 흠뻑 빠질 수밖에 없었음은 시대상황을 통해 변호가 된다. 문제는 그 이후 사회진화론에 대한 의심이나 비판 없이 그대로 수용하고 또 강조했던 후대 지식인들의 역할 부족과 박정희로 대표되는 위로부터의 강제적 세뇌이다.
대개 인생의 만사가 경쟁을 의지하지 않는 일이 없으니 크게 천하 국가의 일부터 작게 한 몸 한 집안의 일까지 실로 다 경쟁으로 인해서 먼저 진보할 수 있는 바라. 만일 인생에 경쟁하는 바가 없으면 어떤 방법으로 그 지덕과 행복을 증진할 수 있는가? 만약 국가들 사이에 경쟁하는 바가 없으면 어떤 방법으로 그 광위와 부강을 증진할 수 있는가? 대개 경쟁이라는 것은, 무릇 지혜를 연마하고 도덕을 닦는 일부터 문학, 기예, 농공상의 백반 사업까지 사람마다 그 고비우열을 서로 비교하여 타인보다 초월하기를 욕심내는 일이라. (231p)120년도 더 된 글에서 작금의 가치관을 그대로 반영하는 사실은 놀랍다.
물론 최초의 도미 유학생이 '사회진화론'을 배웠기 때문에 현재 한국사회가 경쟁지상주의가 된 것은 아니다. 우연이겠지만 그렇다고 무의미한 것도 아니다. 지금의 승자독식 사회는 100년 전 조선 사회를 휩쓸었던 사회진화론을 처음 받아들인 개화지식인들로 이어져 온 것은 분명하다. 그들이 사회진화론에 흠뻑 빠질 수밖에 없었음은 시대상황을 통해 변호가 된다. 문제는 그 이후 사회진화론에 대한 의심이나 비판 없이 그대로 수용하고 또 강조했던 후대 지식인들의 역할 부족과 박정희로 대표되는 위로부터의 강제적 세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