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열패의 신화>(박노자) 메모4

소리끝 2011. 1. 21. 12:56
그들이 중국의 전통을 전면 부정하고 유럽 지배층의 논리인 사회진화론에 매달린 것은, 그들의 '외래성'과 매판적인 성격의 노정이기도 하고, '영국과 일본 따라잡기'라는 근대주의적 욕망의 반영이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당시 중국 사회 내에서 상대적으로 소수였던 그들이 그토록 선망하는 '세계적 문명사회'에서도 예속적 위치에 있는 소수자, 약자일 뿐이었다는 점이다.

제국주의의 침략이 자행되던 당시 사회진화론을 받아들인 주변부 국가의 지식인들은 모순된 상황에 있었다. 약육강식의 세계를 받아들였지만 정작 자신들이 속한 나라는 '약'이라는 주변부에서 벗어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모순성을 탈피하기 위한 길은 두가지였는데, 한가지는 제국주의적 침략에 부분적으로나마 비판적인 날을 세우는 것이었고, 다른 한가지는 자신의 나라를 하루 빨리 '약'에서 '강'으로 바꾸어야 된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사회진화론 자체가 노력 여하보다는 유적전인(인종적인) 측면을 강조하다보니 또다시 모순에 빠진다. 즉, 사회진화론에서는 동양인은 체질적으로 열등하기 때문이라는 전제가 들어있다. 그래서 그들은 굉장히 모순적인 논리들을 만든다. 가령 조선의 개화지식인들은 사회진화론을 인정하면서도 '우리 민족'은 다르다는 특수성을 강조한다. 그것이 현재까지 이어져 '한민족의 우수성' 드립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