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우승열패의 신화>(박노자) 메모 2
소리끝
2011. 1. 17. 01:34
표피적으로는 상전벽해라 하더라도 1950년대 안호상의 괴벨스식 수사, 유신시대 '궐기대회' 때의 연설, 88올림픽 때의 방송 내용, 2002년 월드컵 시기의 신문 사설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강력한 코드는 분명히 있다. '세계는 전장, 우리는 세계적 사투에서 뭉쳐야 살아남을 수 있는 하나의 부대, 이 부대 안에서는 어떤 수단과 방법을 써도 병졸에서 장교까지 빨리 승진하는 것이 개인적 인생 투쟁의 목적'이라는 것이 바로 그것이며, 이것이야말로 집단과 개인생활의 전 과정을 규정하는 이 이데올로기의 압축적 표현이다. 개인적 차원에서는 '열심히', '빨리빨리', '하면 된다', '죽기 살기로'가 이 '인생철학'의 주된 키워드지만, 집단의 차원에서는 무엇보다 사활을 건 경쟁에 휘말린 '우리'에 대한 충성이 요구된다. (44p)
한국에서 일상은 전투요 높은 계급을 오르거나 현재의 계급을 유지하기 위한 투쟁이다. 정지 단추가 없는 트레드밀처럼 우리는 그 위를 끊임없이 달리도록 요구받는다. 배틀로얄이라는 개인전 위에 상위 투쟁이 존재하며 그 투쟁을 위해서는 배틀로얄을 잠시 멈추고 힘을 합칠 것도 요구받는다. 그렇게 여러 계층의 경쟁 속에서 '죽기 살기로' '하면 될 때'까지 달려야 한다. 우리의 인생은 언젠가 끝이 나지만, 이 경쟁은 언제 끝이 날지 모른다. 한국에서는 '인생은 짧고 경쟁은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