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석 단편집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소리끝 2010. 10. 16. 23:12

 여섯 편을 묶어놓았다. 그 중 태그해 두고 싶은 단편은 "사랑은 단백질, "선택"이다. 나머지 세 편이 별로라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이 세 편을 특별히 기억해 두고 싶다.

 

 사랑은 단백질

치킨집 사장은 닭이, 족발집 사장은 돼지가, 인형장사는 곰인형이 한다. 자신의 자식을 튀겨 팔게 된 닭집 사장의 사연을 담는다. 희극적이면서 비극적인 설정이 미안한 웃음을 짓게 만든다. 처음부터 끝까지 유머와 잔학을 오가는 구성은 아마도 이런 메시지를 던지기 위함인 듯하다. "아무리 순간의 미안함과 죄책감을 느낄지라도, 다시 또 웃으면서 닭다리를 뜯을 거 아닌가?" 희극과 비극의 교차는 모순된 우리의 행동을 절묘하게 보여준다.

 

 공룡 둘리

'아기 공룡 둘리'는 어른이 되어 '아기'라는 수식어는 필요가 없어졌다. 둘리와 친구들의 미래는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다. 아니, 이보다 좋지 않은 미래는 더 어렵다. 주민등록번호도 없는 둘리는 직장에서 손가락과 함께 잘리고, 또치는 동물원에 팔리고, 도우너는 외계인 해부를 당하고, 마이콜은 밤무대로, 희동이는 싸움꾼으로, 철수는 술만 먹는 망나니가 된다. 어쩌면 그들의 미래는 예정되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둘리, 또치, 도우너는 적이 없는 불법체류자들이고, 마이콜은 평범한 딴따라다. 한국사회에서 그들이 설 곳은 그리 많지 않다. 철수와 희동이의 미래는 과장된 불행이라는 감이 없진 않지만, 도우너가 고길동을 상대로 사기친다는 설정이 그들의 변화를 변호한다. 나이들어버린 둘리의 눈에 비친 세상은 어릴 때 둘리를 보고 어른이 된 아이들이 겪을 심정을 대변한다. "거긴 좀  살 만 해요? 여긴 만만치가 않네요." 둘리가 무덤 속의 고길동에게 하는 말이다.

 

 선택

 집단의 광기가 휩쓸고 지나갔던 2002년 여름. 월드컵 경기장 주변 철거민을 초점으로 잡고, 개인의 선택과 집단의 무의식적 선택을 그려낸다. 남의 불행을 통해야지만 삶을 이어갈 수 있다면, 아니 그게 더 쉬운 길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쉬운 길로의 선택을 자꾸만 방해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주인공은 마지막에 그 둘 사이에 하나의 선택을 내린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 모두가 2002년 여름 무의식 속에 선택한 것과 같다. 진실을 알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부정의한 선택을 하게 된다.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